(약스포) [퀸스 갬빗] 후기 - 매혹적인 캐릭터와 화려한 미장센이 초대하는 매력적인 체스의 세계
본 드라마는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홀어머니를 잃고 보육원에 보내진 엘리자베스 하먼(이하 '베스')이 우연히 눈에 들어온 체스를 경험하고 나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고 입양된 후,
그 재능을 이용하여 세계적인 체스 그랜드마스터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룬 195~60년대 배경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교통사고 속에서 홀로 살아남아 머슈언 보육원으로 옮겨진 9살 빨간머리 소녀 베스는 본인의 옆에 붙어다니는 졸린을 제외한 보육원생들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비사교적이면서도 수학 박사과정을 이수했던 친엄마의 능력을 물려받았는지 남들보다 타고난 학습능력을 보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칠판 지우개를 청소하기 위해 들른 관리실에서 건물 관리인인 '샤이벌'이 혼자서 체스를 두는 모습을 보게 된 베스인데요. 잠시뿐이었는데도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체스에 대한 호기심은 베스를 자꾸만 관리실로 향하게 합니다.
누구 하나 가르쳐 주지 않았고 그저 자주 관리실을 드나들어 잠깐씩 지켜보았던 체스에 대한 규칙을 어느정도 간파하며 호기심을 보이는 베스의 모습을 보고 샤이벌은 결국 남들 몰래 매주 일요일마다 베스에게 체스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놀라운 습득력으로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베스를 심상치 않게 여긴 샤이벌은 지역 체스클럽 회원이자 덩컨고 체스 코치인 '갠즈'를 초대하여 베스를 소개시켜 주는데요.
베스의 엄청난 체스 실력에 감탄하는 갠즈는 정식적으로 베스를 덩컨고에 초청을 하고 본인이 가르치는 체스클럽 제자들과 체스를 두게합니다.
압도적인 체스 실력으로 체스클럽 고등학생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베스지만 평소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비타민이라고 속이며 매일 먹이던 안정제에 대한 중독으로 보육원 내에서 문제를 일으켜 결국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당한 체스를 금지당하고 맙니다.
긴 시간이 흐른 뒤, 다시는 체스를 두지 못할것 같았던 베스에게 기회가 찾아오는데요. 베스의 우수한 학업성적을 눈여겨 본 올스턴-앨마 부부가 결국 베스의 입양을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베스는 실제로는 15살, 서류상으로는 13살의 나이에 켄터키 주에 있는 올스턴-앨마 부부의 집에서 살게 되지만 다니게 된 학교에서 촌스러운 복장과 또래 여자들과 어울릴려는 의지없이 체스만 생각하는 모습으로 인하여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데요.
그와중에 우울증으로 안정제를 복용하는 앨마의 약국 심부름을 계기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안정제에 대해 다시 한번 중독 현상을 보이고 앨마의 안정제의 일부를 몰래 빼놓기까지 합니다.
안정제를 섭취할수록 밤마다 체스판 환영을 보며 체스에 대한 갈망이 깊어질 뿐인 베스는 어떻게든 체스를 두고 싶어하지만 앨마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과 베스가 남자들의 스포츠라 생각되는 체스보다는 또래 여자애들과 어울리기 바라기 때문에 이를 지원해주지 않는데요.
결국 베스는 앨마 몰래 갠즈에게 지역 체스 토너먼트 참가비 지원을 요청하여 토너먼트에 몰래 참가합니다. 대회 참가 이력이 없어 레이팅 점수도 없고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받았지만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방들을 압도하며 우승까지 차지하는 베스인데요.
체스 토너먼트 우승으로 상금까지 받아오는 베스를 본 앨마는 베스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베스의 체스 토너먼트 참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본격적으로 체스 최강국 러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체스 그랜드마스터를 향한 베스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체스의 오프닝을 의미하는 체스 용어 '퀸스 갬빗'을 제목으로 할 정도로 체스를 주된 소재로 한 본 드라마는 단순히 체스뿐만 아니라 제정신이 아니었던 친엄마로부터 벗어나 보육원을 거쳐
본인을 지지하는 양엄마를 만나고 대회 출전으로 인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한 굴곡있는 한 소녀의 성장 과정을 다뤘지만 그 스토리가 다소 뻔하고 단순했는데요.
포스터에 보일 정도로 정신적인 불안함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체스에 대한 일시적인 집중력 향상 도움을 준 안정제와 술, 담배에 대한 중독과 그로 인하여 닮고 싶지 않았던 친엄마의 모습을 닮아가는 위기,
뛰어난 실력의 베스를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존중하며 도움을 주는 여러 캐릭터들의 친절한 모습은 너무나 담백해서 자칫 지루함을 불러올 수 있었습니다. (빌런이 거의 없는..)
하지만 단 64칸으로 이루어진 체스판 앞에서의 숨막히는 심리 대결을 몰입감 높게 볼 수 있도록 한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이러한 단점을 누르고 드라마를 몰입도 높게 볼 수 있도록 하였는데요.
수많은 관중의 시선과 고요함이 선사하는 숨막히는 압박감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째깍째깍 울리는 시계 소리, 겉으로 별말 없이 신중한 표정에서 드러나는 카리스마와 그와 대비되는 속에서의 요동치는 불안함과 분노까지 체스라는 심리적이고 정적인 스포츠가 줄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또한 정식 경기는 아니지만 빠른 진행을 요구하는 스피드 체스 장면에서는 정적인 매력을 선보였던 기존의 체스와는 다르게 차분한 표정 속에서
말 없이 빠르게 체스 말들을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는데도 보는 이들을 숨막히게 한 연출도 돋보였습니다. 베스의 상상으로 천장 위에 펼쳐지는 체스판과 말의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고요.
연출에 이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강력한 장점은 주인공 베스 역을 맡은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연기였는데요.
평소에는 어두우면서도 냉철하고 말도 주로 단답형이지만 승부앞에서는 당차고 열정적이며 패배에 있어서는 극도로 분노하는 복합적인 베스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었습니다.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듯한 표정 속에서도 여러 감정들을 표현하는 그녀의 연기는 최고라 할 수 있었습니다.
연기 뿐만 아니라 안야 테일러 조이의 또 다른 매력도 볼 수 있었는데요. 195~60년대의 화려한 복고풍 의상을 옷이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준건지 사람이 옷에게 날개를 달아준건지 헷갈릴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내어 [엠마]에서와는 또 다른 그녀의 남다른 의상 소화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옷을 소화하는 안야 테일러 조이의 소화력에 화려한 미장센이 돋보인 배경들까지 더해져 최근 감상한 [래치드]처럼 화려한 영상미를 선사하여 눈을 만족시켰고 특히 마지막 장소인 러시아에서 그 매력이 절정을 이룹니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과 Shocking Blue의 Venus 같은 1960년대의 신나는 복고풍 팝송들도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의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켰고요.
또, 주인공역의 안야 테일러 조이 이외에도 베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이슬라 존스톤', 앨마 역의 '마리엘 헬러', 베니 역의 '토마스 브로디-생스터',
해리 역의 '해리 멜링', 타운스 역의 '제이콥 포춘-로이드'의 인상깊은 연기들도 작품의 매력에 한 몫했습니다. 구멍없는 배우들의 연기들은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네요.
빠른 전개와 확실한 방향을 둔 스토리, 복고풍 미장센과 화려한 영상미의 조화 그리고 소재를 극대화시킨 연출속에서 화려하면서도 어두운 매혹적인 캐릭터를 통하여 낯설 수 있는 체스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체스를 잘 모르시더라도 본격적으로 체스를 두는 베스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정주행할 수 밖에 없고 체스라는 스포츠에 확 빠져버리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웰메이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였으니 한번 감상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