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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후기 - 명연기는 인정, 공감은 애매..

Anydevil 2022. 8. 21. 16:45

출처 - IMDb

용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도 없는 거야. - 극중 '린지'의 대사

 

본 영화는 2016년 J. D. 밴스의 동명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하였으며 폭력적인 부모란 고통 속에서 오히려 무너지지 않고 극복하며 발전해 나가는 한 남자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예일대 법대생으로 재학중인 J.D.는 장학금까지 받는 유능한 학생이지만 3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학비는 감당이 안됩니다. 그런 그의 유일한 희망은 로펌 취업뿐이었는데요.

 

면접 대비를 목적으로 로펌의 변호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한 J.D.지만 여러 종류의 칼 용도와 와인의 종류도 잘 모를만큼 그에게는 모든 것이 낯섭니다. 안그래도 불안한 J.D.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요.

 

발신자의 정체는 바로 그의 누나인 린지였습니다. 그들의 엄마인 베브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더 불안해지는 J.D.는 일단 연락을 끊고 다시 식사 자리에 합류하지만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요.

 

씁쓸한 마음을 뒤로한채 린지와 다시 통화하는 J.D.는 제발 당장 병원으로 와달라는 그녀의 애원으로 어쩔 수 없이 면접 주간으로 바쁜 현실을 제쳐두고 오랜만에 그의 고향인 오하이오로 향합니다. 

 

출처 - IMDb

오하이오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그는 그의 엄마와의 잊고 싶은 추억을 회상하고 머나먼 길을 건너 도착한 병원에서는 바쁜 생활 속에서 그가 잠시 잊고 싶었던 불행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새로운 병실을 구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과 동시에 내일 오전에 로펌으로 최종면접을 보러 오라는 희망찬 소식을 접하는 J.D.는 마음이 복잡해지는데요.

 

출처 - IMDb

면접시간에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하여 린지와 함께 여기저기 베브가 입원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는 과정속에서 그의 엄마와 외할머니와 함께한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떠올리다 한단계 더 성장해 가는 J.D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수없이 노미네이트됐을 정도로 매작품마다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이는 글렌 클로즈와 에이미 아담스의 출연과 론 하워드라는 명장의 연출로 화제였던 본 영화는 역시나 명불허전의 명연기를 선보이는 두 배우의 연기가 가장 돋보였는데요.

 

엄청난 카리스마와 함께 거친 말투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손자와 앞에서는 엄하지만 애정 가득하며 과거에 대한 죄책감으로 폭력적인 딸의 모습을 단호하게 막지 못하는 할머니의 역할을 완벽하게 선보이는 글렌 클로즈의 연기는 깊은 인상과 감동을 선사하였습니다.

 

그리고 밤마다 부모의 잦은 부부싸움으로 인한 어릴적 트라우마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로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에 책임감 없이 남탓만 해대는 베브 역의 에이미 아담스도 그녀가 보통 보여왔던 차분한 모습이 아닌 광적으로 미쳐 날뛰는 약물 중독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내었고요.

 

출처 - IMDb

두 명배우들의 명연기에 묻히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를 이끄는 J.D.역의 가브리엘 바쏘와 린지 역의 헤일리 베넷, 우샤 역의 프리다 핀토 그리고 J.D.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오웬 아스탈로스의 연기 또한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치명적인 아쉬운 점들도 존재했는데요.

 

베브를 엉망진창 상태로 만든 환경이 부모의 영향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녀에게 영향을 준 고등학교 차석 졸업에도 가난한 삶에서 못 벗어나게 한 현실에 대한 묘사는 짧은 한순간의 대사로만 표현되었기에 망가진 베브의 모습의 원인에 대하여 관객들을 설득할 요소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힐빌리라는 미국 남부지역의 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지칭하는 단어를 제목에 사용했을 정도로 당시 미국의 노동자 계층의 열악한 현실을 섬세하게 묘사해 베스트셀러에 올랐었다는 사실을 영화 감상 후에 뒤늦게 접하고 나서는 그들을 옥죄게한 현실보다 가족의 스토리에 집중하였던 점이 확실히 원작을 읽은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기에 충분했을 정도였다고 생각이 들었네요.

 

또한, 실화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나 피해만 주는데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챙겨야 한다는 PC적인 요소가 가미된 듯한 모습들도 좀 공감이 안가기도 했고요. (그 놈의 끊을 수 없는 혈연..)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와 J.D 간의 관계에 관한 스토리는 공감이 갔지만 베브와 J.D. 간의 관계에 관한 스토리는 좀 공감이 안갔네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들은 흠잡을 수 없이 좋았지만 무언가 빠진듯 하면서 공감하기 힘들었던 스토리가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큰 고통을 안겨준 이도 있지만 방황하며 피폐한 삶을 살아가지 않게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들도 있었기에 끊기 힘든 혈연이라는 굴레 속에서 존재하는 가족이라는 집단의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게하려는 감독의 의도는 느껴졌으나 너무나도 가족에 집중한 탓에 떨어진 현실성으로 공감하기 힘들었던 아쉬운 작품으로 생각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