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후기 - 사랑과 전쟁, 그 어떤 시련들도 막을 수 없었던 세기의 미녀의 처절하고 영악한 생존기
186~7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본 영화는 1861년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만 해도 조지아주에 위치한 드넓은 타라 농장 주인의 장녀이자 눈부신 외모와 보통의 여자들과는 다른 당찬 매력을 통해
마을 대부분 귀족 남자들의 이목을 이끌어 자신을 추종하게 만들 정도로 인기녀였던 스칼렛이 그녀가 짝사랑하던 애슐리의 결혼과 남북전쟁이라는 가슴아픈 시련 속에서도 사랑과 명예를 놓치지 않으려는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입니다.
1861년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한 마을, 대농장주의 딸이자 최고 인기녀였던 스칼렛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을 귀족 남자들에게 아양을 떨며 자신에게 추종하는 언행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즐기다 한 가지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요.
그녀에게 빠져드는 대부분의 남자들과는 다르게 그녀에게 쉽사리 넘어오지 않으면서도 변함없는 젠틀한 태도로 인하여 스칼렛이 짝사랑해오던 애슐리의 결혼 소식이었습니다.
그저 가문내에서의 강요로 인하여 강제적으로 하게 된 결혼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애슐리의 결혼에 참석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사촌이자 신부인 멜라니를 사랑하는 애슐리의 모습을 보게 된 스칼렛은 실망하는데요.
이에 굴하지 않고 단 둘이 얘기할 수 있는 방으로 애슐리가 오도록 유도하여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스칼렛이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하며 크게 절망합니다.
이윽고 분노하는 스칼렛 앞에 명사수라 불릴 정도로 사격 실력이 좋고 젠틀함을 갖췄으며 부 또한 막대하지만 마을내에서는 안 좋은 소문들로 가득했던 레트가 나타나 의도치 않게 스칼렛의 고백장면을 목격한 것을 털어놓는데요.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고 망신까지 당해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린 스칼렛은 홧김에 사랑하지도 않는 멜라니의 남동생인 찰스가 자신에게 한 프러포즈를 승낙하고 맙니다.
이 사건이 화려한 인기녀였던 그녀의 인생에 슬픔을 선사할 6가지의 커다란 시련들의 시작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채 말이죠.
찰스가 프로포즈를 한 시기가 마침 남북전쟁이 발발한 때라 빠르게 결혼식을 진행했지만 찰스에게는 관심이 없고 여전히 애슐리를 사랑하고 있었던 스칼렛인데요. 이후 찰스와 애슐리는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입대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첫번째 시련이 찾아옵니다.
바로, 찰스의 사망소식 인데요. 애초에 찰스를 사랑하지 않아 별로 슬프지도 않는데 상중이라 남들처럼 파티에도 가지 못하고 예전의 인기는 사그라들어 스칼렛은 절망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 그녀의 엄마의 조언에 따라 애틀랜타에 위치한 멜라니의 집에서 살게되는데요.
그렇게 멜리나의 집에서 지내던 스칼렛은 여전히 상중임에도 멜라니의 주최로 개최된 애틀랜타 육군 병원 파티에 참석합니다. 그녀를 곱게 보지 않는 몇몇 사람들의 시선에도 개의치 않으며
파티에 당당하게 참석한 스칼렛은 그곳에서 레트를 만나지만 예전의 만남으로 인한 망신을 떠올리며 그를 회피합니다.
하지만 레트의 스칼렛을 향한 적극적인 태도와 그녀 또한 오랜만에 파티를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 인하여 스칼렛은 상중임에도 레트와 춤까지 추는데요.
이후 스칼렛이 머무르고 있는 멜라니의 집까지 찾아와 그녀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어필하는 레트지만 애슐리가 살아있을 거라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그에 대한 관심을 접고 오직 애슐리의 소식에만 집착하는 스칼렛을 보며 크게 실망하고 맙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다행히 죽지않고 살아남았던 애슐리가 3일간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부여받고 멜라니를 찾아옵니다. 살아 돌아온 애슐리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지만 이미 한번 고백을 거절당했던 스칼렛은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데요.
그러다 짧은 휴가의 마지막날, 이제 다시 군으로 복귀해야하는 애슐리 앞에 아직도 그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지 못한 스칼렛이 그의 앞을 막고 다시 한번 그녀의 사랑을 고백해보지만 오히려 두번째 시련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고백은 전과 같이 냉정하게 차이고 오히려 애슐리한테 본인이 죽든 살아돌아오든 멜라니를 보살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너무나도 비참한 상황에서 받은 수락하기 싫은 부탁이었지만 아무리 고백을 거절당했어도 애슐리에 대한 사랑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스칼렛은 결국 이를 수락하고 마는데요.
그렇게 애슐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멜라니를 도와 육군 병원에서 간호 지원을 하고 있었던 스칼렛에게 그녀 뿐만이 아니라 애틀랜타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스칼렛의 세번째 시련이 찾아옵니다.
바로, 남북전쟁에서 북부군의 압도적인 기세에 남부군이 밀려 애틀랜타가 곧 점령당할 위기에 처한 것인데요. 하루빨리 애틀랜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죽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레트의 도움과 어떻게든 살아 타라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임신 상태였던 멜라니를 데리고 무사히 고향인 타라로 돌아온 스칼렛이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스칼렛은 바로 그녀의 네번째 시련을 마주하게 됩니다.
전쟁의 영향으로 대농장이었던 타라가 황폐해져버린지 오래된 상태인데다가 그 많던 노예들도 3명밖에 남지 않은 건데요. 결국 남부군의 패배로 남북전쟁이 종전된 상황에서
스칼렛은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애슐리를 포함해 타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끌며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하지만 전쟁 패배의 영향으로 터무니없이 오른 세금에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시 돌아온 애틀랜타에서 전쟁이 발생하기 전에 마을의 엄청난 인기녀의 비결이였던 그녀의 능력들을 발휘하여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유혹해 재혼을 하고
다소 비도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번성시켜 타라를 재건시키는데 성공하는데요. 하지만 그 평화로움도 잠시 대부분의 애틀랜타 여자들과는 다르게 혼자서 거리를 활보하던 스칼렛은 교외에서 그만 습격을 받습니다.
다행히 현장 주변에 있던 흑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에 분노한 스칼렛의 남편과 애슐리가 일행들을 모아 복수하러 갔다가 오히려 애슐리는 크게 다치고 스칼렛의 남편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 다섯번째 시련을 스칼렛은 마주하고 마는데요.
첫 남편인 찰스처럼 사랑하지 않은 남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전쟁이 아닌 본인의 영향으로 남편을 잃었다는 죄책감 속에서 또 다시 과부가 된 스칼렛에게 레트가 접근하는데요. 결국 그의 적극적인 구애에 결혼까지 성공합니다.
신혼 초반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이 유지되지만 평생 행복할것만 같았던 결혼 생활은 결국 스칼렛의 여섯번째 시련이 되어버리고 마는데요. (제일 극단적이고 당황스러웠던 시련이었네요.. 😅😅)
그렇게 이미 경험한 다섯번의 시련에 비해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련에 괴로워하면서도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시련들을 극복해온 방식들로 마음을 굳게 먹고 독하게 행동하는 스칼렛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포스터만 보았을 때는 두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불행한 역사와 엇갈린 사랑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한 여성의 처절하고 영악한 생존기를 다룬 본 영화는 그 무엇보다 스칼렛 역의 비비안 리의 훌륭한 연기가 가장 돋보인 작품이었는데요.
스칼렛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현실주의적이라 자신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행위도 스스럼없이 대담하고 영악하게 행하는
불여우 같은 설정인 것부터가 흥미로운데 그 역할을 맡은 비비안 리의 연기는 정말 스칼렛 그 자체를 보는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역대급으로 매력적인 여주이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도저히 응원할 수 없는.. 😅😅)
거기에 촬영 당시 그 시절에는 상상하기 힘든 역대급 규모의 배경과 의상들의 향연이 감탄스러웠는데요. 한눈에 봐도 수많은 인원들과 자본이 투입되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고 그 투자가 헛되지 않게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애틀랜타에서 스칼렛이 의사를 찾아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규모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었네요. 👍👍)
미국 남부 귀족들의 호화로운 생활과 어린아이까지 노동에 동원된 흑인 노예들의 안타까운 모습들, 1861년에 시작하여 4년간 이어진 미국 북미전쟁의 처참함 등을
생생하게 구현해내어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물론, 영화의 설정이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남부사람들을 호의적으로 보게 하는 경향이 있었고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시각으로 비판을 심하게 받고 있지만.. 😅😅)
이를 바탕으로 한 여자의 사랑과 야망을 미국 남북전쟁 전후라는 배경에 잘 녹여낸 스토리는 4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매끄러워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채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유부남이어도 애슐리에 대한 사랑을 포기할 수 없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멜라니를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스칼렛, 평소의 온화한 성품으로 스칼렛이 본인을 돕는 것이 애슐리에 대한 사랑때문이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도 않은채
전적으로 스칼렛에게 의지하고 어떤 소문에도 그녀를 옹호하는 멜라니, 스칼렛이 본인보다 애슐리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스칼렛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마다 나타나는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레트,
시간이 흐를수록 적극적인 스칼렛과 현부인인 멜라니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는 애슐리라는 각 캐릭터 간의 관계와 설정이 탄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고 최대한 원작과 가깝게 구현해냈기 때문에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런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들도 완벽했는데요. 앞서 언급한 스칼렛 역의 비비안 리의 연기 이외에도 능청스러운 태도와 허스키한 말투로 당대 여성들을 휘어잡았을듯한 멋진 신사 연기를 펼친 클라크 게이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스칼렛 같이 털털하고 대담한 성격임에도 연기할때만큼은 마더 테레사와 같은 자비로움과 너그러움을 보임으로써 세상 착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한 멜라니 역의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지조를 잘 지키는 듯 하면서도 오랜 기간 꾸준하고 적극적인 스칼렛의 태도로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남자의 모습을 잘 표현한 애슐리 역의 래슬리 하워드,
짧은 등장에도 나올때마다 거대한 풍채만큼이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모 역의 해티 맥대니얼까지 누구 하나의 연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래슬리 하워드를 제외하면 모두 오스카 수상자인데 래슬리 하워드도 그에 못지 않은 베니스 수상자.. 👍)
영화의 ost 또한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기본적으로 곡들 자체로도 예술인데 고전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도 긴 러닝타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상황들에 퍼즐조각을 끼어 맞추듯 완벽한 수준이라 ost 역시도 역대급으로 손 꼽을 정도였네요.
최근에 미국에서 재개봉 상영을 반대했던 이유인 미화된 남부의 배경과 인종차별 적인 시선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하나의 작품으로써 고려해보면 도저히 뭐 하나 부족함을 볼 수 없었던 완벽한 작품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율 적용했을때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역대 최고 흥행영화라는데 그럴 자격이 충분한 완성도의 영화였네요.
당대에 파격적인 스케일과 캐릭터 설정으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는 영화의 명대사처럼 사랑과 전쟁, 그 어떤 시련들도 굳건하게 헤쳐나가는 한 여인의 처절하고 영악한 생존기를 잘 그려낸
2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역대급 명작이니 꼭 감상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