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후기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대만 로코가 사후세계와 함께 돌아왔다
본 영화는 초등학교 시절 첫 눈에 반한 이후, 일편단심으로 샤오미(송운화)만을 사랑해오다 결국 그녀와의 연애까지 성공한 샤오룬(가진동)이 청혼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저승에 가게 되자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대만의 한 작은 동네, 평소처럼 주민들과의 농구 시합을 하던 샤오룬과 그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샤오미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근처에 있던 큰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빗속에서 사랑하는 이와 단 둘이 남겨진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다 샤오룬은 평소에 생각하던 샤오미와의 결혼을 위해 그녀에게 청혼합니다. 하지만 청혼에 대한 샤오미의 대답을 기다리던 와중에 나무 위로 갑작스럽게 벼락이 떨어지면서 둘은 의식을 잃는데요.
벼락을 맞아 상처입은 까무잡잡한 모습을 한 상태에서 전생에 대한 기억까지 잃은 채 어딘지 모를 곳에서 깨어나 당황한 샤오룬의 눈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자신을 저승의 직원 중 한 명이라 소개하고 샤오룬은 벼락을 맞아 사망한 상태임을 알려주는데요. 곧이어 샤오룬의 손목에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염주를 채워주며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하나는 바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로 환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승에서 수행하는 여러 업무 중 하나를 선택해 성실히 수행하여 염주의 구슬을 모두 흰색으로 바꿔 인간으로 환생하는 것인데요.
인간으로 환생하여 샤오미와 재회하고 싶었던 샤오룬은 붉은 실을 이용해 커플을 매칭하는 월하노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월하노인은 하고 싶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테스트에 통과해야 직책을 맡을 수 있기에 샤오룬은 시험장으로 향하는데요.
그곳에서 저승 직원과의 면담 중 옆방에서 소란을 일으켜 첫만남부터 티격태격했던 핑키(왕정)와 재회하는데 하필이면 그녀와 파트너가 됩니다. 불안불안한 팀워크를 극복하고 무사히 시험에 합격한 샤오룬과 핑키는 결국 한 팀으로 월하노인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데요.
여전히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큰 문제 없이 월하노인으로써의 업무를 수행하던 둘은 환생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 속에서 우연히 샤오룬이 몹시나 그리워하던 샤오미를 보게 되고
그로 인하여 샤오룬은 잊고 있었던 전생의 기억을 되찾고 맙니다. 다행히도 샤오미는 발만 다친채 살아있었지만 그녀의 연인이었던 샤오룬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한 상태였는데요.
이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샤오룬은 샤오미의 행복을 위해 그녀에게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기로 결심하고 파트너인 핑키 역시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샤오미를 관찰하고 새로운 인연을 알아보던 샤오룬은
그 과정 속에서 샤오미와의 첫만남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한번 샤오미에게 빠지기 시작하고 함께 해온 파트너 생활 동안 남모르게 샤오룬에 대한 사랑을 키워오던 핑키는 이에 고통스러워하는데요.
이와중에 저승과 이승 세계 모두를 위협하는 강력한 악귀의 출연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 본인을 지켜보는 월하노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채 전연인을 그리워하는 이승세계의 샤오미,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는 저승세계의 샤오룬 그리고 그를 짝사랑하는 핑키. 이 셋 간의 미묘한 삼각관계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본 영화는 국내에서도 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이하 [그우소])의 감독인 구파도 감독의 10년만의 로코 복귀작인데요.
오랜만의 로코 복귀작인데도 불구하고 [그우소]에서 느꼈던 2010년대 대만 로코의 유치하면서도 코믹스럽고 감성 가득한 매력을 그대로 가져와 반가우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죽음이라는 소재로 무거울 수도 있는 분위기를 밝고 통통튀는 10~20대들의 모습과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약간 허술한 저승 직원들의 모습을 통하여 최대한 가볍게 표현하였고 사랑과 휴머니즘에 대한 대만 특유의 로맨스 감성을 놓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네요.
또한, 국내는 물론 다른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큰 흥행을 기록한 국산 천만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떠올리게 할 만큼 사후세계를 대만만의 또 다른 느낌으로
웅장하면서도 코믹스럽게 표현한게 인상적이었고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중국의 붉은 실 설화를 이용한 점도 상당히 신선했고요. (무엇보다 CG가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고 괜찮다는... 👍👍)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을 이끌어낸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의 케미입니다. 샤오룬-샤오미의 일편단심 케미와 샤오룬-핑키의 짝사랑 케미는 정말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었는데요.
먼저, 일편단심으로 샤오미만을 사랑해온 순정 직진남 샤오룬의 구애 과정은 정말로 유치하면서도 흐뭇했습니다.
첫만남부터 고백을 시전하는 과감함과 고백을 거절당했는데도 계속해서 친구 사이를 유지하며 선은 지킨 채로 틈만 나면 그녀에게 끊임없이 구애하고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을 향해 질투하는 여러 모습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속에서도 사랑 앞에서는 어린이가 되는 듯한 느낌을 풍겨 이들의 연애 성공 스토리 만큼은 마치 어린이의 연애를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들게 하였네요. 😊
그렇게 기어코 성공한 연애에서 느껴지는 풋풋함과 영화 시작부터 샤오룬의 죽음을 알았기에 느껴지는 안타까움 그리고 이제는 반대로 샤오룬만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샤오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애틋함이 교차하면서 이 커플을 향한 애정은 본격적인 이들의 연애 스토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영화가 끝날때까지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일편단심 커플의 케미가 훌륭했지만 월하노인 짝사랑 커플의 케미도 그에 만만치 않았는데요. 처음에는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나 보였을 정도로 티켝태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엮이게된 월하노인 테스트를 시작으로 점점 팀으로써 활동하며 사이가 가까워 지며 가끔씩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로코의 정석은 두 배우의 환상적인 티키타카로 또 다른 흐뭇함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샤오미와의 만남 이후로 썸타는 사이에서 짝사랑으로 변해 혼자 사랑앓이를 하게되는 핑키의 모습은 일편단심 커플과는 또 다른 애틋함과 안타까움을 선사하였네요.
본 영화의 세 주연 배우들은 모두 국내에 익숙한 작품에 출현한 배우들이자 그 중에서 주인공 배우들은 대만 로코의 아이콘과 같은 작품에 출현하여 익숙한 얼굴들인데요.
먼저, 남주인 샤오룬역의 가진동은 앞서 언급한 구파도 감독의 [그우소]의 남주 커징텅 역으로 데뷔하여 대만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이끈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의 능청스럽고 애절한 로코 연기는 믿고 보는 수준이었습니다.
여주인 샤오미 역의 송운화도 2016년에 국내 개봉한 [나의 소녀시대]의 여주 린전신 역으로 출연하여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기로 [그우소]에 못지 않는 인기를 이끈 배우라 그녀의 연기를 믿고 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 [나의 소녀시대] 못지 않은 사랑스러운 연기에 더해 연인을 잃고 혼자 그리워하는 애절한 모습까지 더해져 더 다채로운 그녀의 연기를 감상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브 여주인 핑키 역으로 출연한 왕정 또한 재작년 여름에 개봉한 [반교 : 디텐션]의 여주 팡 역으로 출연하여 앞서 국내에 눈도장을 찍었는데요.
초반에 비하여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의 분량이 점점 줄어들었지만 줄어든 분량 만큼 그녀의 존재감은 더 커지며 마지막에는 큰 여운을 남긴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장점들이 있었지만 크게 느껴진 단점 또한 존재했는데요.
영화 초반부터 개그를 잘 살리긴 했지만 롤러코스터처럼 분위기가 왔다갔다하는게 참으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영화 중반부부터는 좀 나아져서 다행이었고요. (그래도 가끔씩 나오는 19금 개그는 [그우소]에서도 느꼈었지만 그보다 더 심해서 저한테도 좀 당황스러웠던.. 😅)
또, 이 영화가 로맨스 코미디라는 요소는 매우 잘 살렸는데 감독의 욕심인지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고 한 티가 났고 특히 악귀라는 요소를 이용한 휴머니즘에 치우쳐질 때마다 흐름을 끊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굳이 이 악귀라는 요소를 넣었어야 했나 싶었네요.. 😥)
이러한 무시못할 단점으로 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거라 생각되지만 저는 이 영화의 로코적인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와서 나중에 2차로 또 볼 생각이네요. 개인적으로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작년에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가 저에게 그 해의 로맨스 영화였다면 올해에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게 있어]가 올해의 로맨스 영화로 남지 않을가 싶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의 로맨틱 코미디로써의 매력은 [그우소] 급으로 정말 엄청났네요. 👍👍
솔직히 이렇게 매력적인 대만 로코물이 상영관이 너무 없는게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어제 영화를 보러갔을 때도 영화관에 딱 한 타임 밖에 걸려있지 않아서 영화를 보고나서 여운에 잠겨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씁쓸했네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와 같은 유치하지만 감성적인 대만 로코물을 좋아하신다면 만족하며 보실 영화이니 강추드립니다.
P.S. 1 영화의 완성도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있는 쿠키영상이 하나 있으니 꼭 보고 나오세요! 그리고 쿠키영상 끝나고는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사람들이라면 흐뭇하게 바라볼 영상도 나옵니다. 이 영화가 또 애견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담고 있거든요. 🐶
P.S. 2 개인적으로 OST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저는 영화의 엔딩곡인 WeiBird의 Red Scarf가 너무 인상깊어서 요즘 이 노래만 무한스밍 중입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엔딩곡인 Back Number의 Happy End와 작년에 개봉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애니판의 엔딩곡인 Eve의 Ao No Waltz에 이어서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 ost에 제대로 꽃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