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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후기 - 숨막히는 긴장감과 깊은 감동을 사로잡은 냉전과 내전의 조화 본문
본 영화는 갑작스럽게 터진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하여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에 살고 있던 한국 및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목숨을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모가디슈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12일간의 처절한 고군분투를 그린 액션 탈출 스릴러 영화입니다.
1990년, 대한민국이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의 성공의 기세를 이어서 UN 가입을 하기 위해 투표권이 상대적으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던 시기. 소말리아도 그 아프리카 국가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해 12월 말, 소말리아 한국 대사 참사관이자 안기부 소속인 대진은 소말리아의 바레 총리의 미팅 때 선물을 줄 물품들을 챙겨 모가디슈로 입국하는데요.
물품들을 소말리아 한국 대사인 신성에게 무사히 전달한 뒤 대진은 은밀하게 소말리아와 북한 간의 관계를 조사하던 중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신성은 서기관인 수철과 함께 미팅을 가던 도중 현지인들로부터 강도를 당해 결국 약속 시간에 늦어 바레 총리와 미팅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대사관으로 돌아가던 중, 신성과 수철은 북한 대사관 직원들과 우호적인 관계인듯한 모습을 보이는 총리를 바라보며 한국과 소말리아의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위해 오랫동안 공들여온 자신들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까봐 두려워하는데요.
다음날, 신성과 대진은 어제의 미팅 실패를 만회하고자 소말리아 외교부 장관과 식당에서 식사자리를 갖은 후에 그 근처에서 소말리아 북한 대사인 용수와 참사관 준기를 만나게 됩니다.
각국의 대사관 직원들은 첫마디부터 서로의 신경을 긁으며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갑작스럽게 총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바레 총리의 독재 정치에 반대하는 반군 세력들의 폭동으로 모가디슈 전역이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다행히 각국의 대사관 직원들은 각국의 대사관으로 무사히 돌아오지만 폭동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결국 다음날, 반군 세력의 공식적인 소말리아 내전 선언이 팩스를 통해 소말리아에 있는 모든 대사관에게 전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말리아 전역이 반군에 의해 점령당합니다.
소말리아 내전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까 걱정하며 한국과 북한의 대사들은 각자의 고국에 도움을 요청하고자 하지만 통신이 끊겨 통화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요.
설상가상으로 평소 바레 총리와 우호적인 관계였다는 이유로 한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은 반군들의 습격을 받고 소말리아 내전이라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과 북한의 대사관 직원들은 결국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남북 냉전이라는 관계 때문에 서로를 견제하고 냉소적으로 대하던 이들이었지만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 해서든 모가디슈로부터 무사히 탈출하기 위한 한국 대사관 직원들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아슬아슬하고 비밀스러운 모가디슈 탈출 공조 작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를 제목으로 한 본 영화는 1991년에 발생한 소말리아 내전 당시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소말리아라는 타지에서 발생한 내전에 휘말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임으로써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이 보다 더 극적이고 스릴있게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내전 발생 전부터 남한과 북한으로 나뉜 남북 냉전 시대라는 차가운 현실 속에 살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까지 더해져 대립해오던 각국의 인물들이 서로를 언제든 배신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그럼에도 같은 한민족이라는 애증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아슬아슬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영화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더 몰입하며 볼 수 있었네요.
이러한 처절하고도 극적인 영화의 배경과는 달리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누구하나 특별하게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아닌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머나먼 타지까지 와서 허무하게 죽게되는 건가'라는 두려움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 종교에 기대어 이 상황이 무사히 해결되기를 비는 사람, 본인들도 목숨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남까지 챙기기는 싫은 사람,
그와 반대로 인류애로서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도우려는 사람, 일단 빨리 어떻게 살아남을가 계획을 세워보는 사람 등의 모습은 영화의 처절하고도 아슬아슬한 극적인 배경과는 대조되는 평범한 모습이라 더 돋보였고 현실적으로 다가와 큰 공감을 샀네요.
이렇게 하나같이 평범한 캐릭터들의 모습을 더 인간미 있게 느껴지도록 하여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는데요.
신성 역의 김윤석 배우님은 한국 정부와 소말리아 정부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어떻게 해서든 진급하기를 원하면서도 자신의 가족과 동료들을 챙기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대진 역의 조인성 배우님은 평소에는 능청스러우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과감한 모습으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매끄러운 연기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빛냈습니다.
용수 역의 허준호 배우님은 초반에는 겉모습부터 묵직한 카리스마와 함께 좌중을 압도하면서도 영화가 전개될수록 따뜻하고 유해진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선보이며 극중에서 입체적인 인물의 모습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하셨고
준기 역의 구교환 배우님은 껄렁대는 양아치 같으면서도 책임감 있게 본인이 맡은 일만큼은 필사적으로 수행하는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여 [반도]에 이어 이번에도 짧은 분량에도 나올때마다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상적인 연기를 선사했고요.
명희 역의 김소진 배우님, 수철 역의 정만식 배우님, 수진 역의 김재화 배우님, 지은 역의 박경혜 배우님은 매작품마다 씬스틸러적인 면모를 보여왔음에도 이번 작품에서는 그 능력을 절제하고 튀지 않는 평범한 모습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선보여 영화에 감초 같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었습니다.
이렇게 각자 본인만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주요 배우들 모두 사람간의 따뜻한 정이라는 공통된 모습의 연기를 선사하며 인간미 가득한 느낌을 받으며 감상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 신파를 절제한 담백한 연출로 영화 상영내내 몰입도가 끊기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군함도]에서 신파 가득했던 장면들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었던 류승완 감독님이 전작의 실수를 만회라도 하듯 신파가 나올듯한 장면에서도 과감히 그 감정을 절제하여 담백하게 표현해냈고
무엇보다 탈출이라는 영화의 소재에 집중하여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장면없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로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짝패], [베를린], [베테랑]에서 보여왔던 명불허전의 액션 연출이 더해진 카체이싱 시퀀스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영화의 클라이막스답게 긴장감과 스릴감 그리고 액션의 수준까지 절정으로 끌어올리며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카체이싱 시퀀스 중 하나로 뽑혀도 될 정도로 압도적이고 신선한 모습들을 보여주어 인물간의 심리에 집중했던 영화 중반부에서 다소 적었던 액션의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시켜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관객이 차량을 통과할 수 있는 유령이 되어 차량 앞쪽에서부터 내부로 통과했다가 다시 차량 뒷편으로 나오는 듯한 신선하고도 획기적인 촬영기법은 정말 엄청났었네요. 👍
모가디슈 현장의 영상미는 물론이고 마치 사건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 빵빵한 사운드의 아프리카풍 음악과 총소리까지도 완벽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내전이라는 처절한 상황과 그전부터 한국과 북한이 처한 냉전이라는 현실이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액션, 스릴러, 탈출이라는 장르적 특성 중 뭐 하나 놓치지 않고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지막에는 깊은 감동까지 선사한 명작이었네요.
[호텔 뭄바이], [아르고] 같은 실화 기반의 범죄 스릴러 영화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의 영화가 국내에서 탄생한 것이 너무나 감격스러우면서도 류승완 감독님의 역대 최고 연출작이라 생각될 정도로 크게 만족스러웠던 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국내 텐트폴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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