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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조각들] 후기 - 한순간의 비극으로 점점 흩어지는 그녀의 정신 조각들 본문
본 영화는 꿈에 그리던 아이를 출산하였지만 눈앞에서 한 순간에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지독한 사후 우울증에 빠진 한 여자에 관한 영화입니다.
마사와 션은 얼마 안남은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곧 태어날 그들의 딸과의 화목한 미래를 꿈꿉니다. 보통의 출산과정과는 다르게 집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던 마사는 션의 동의하에 가정 분만을 결정하는데요.
출산예정일 당일, 점점 짧아지는 진통 주기와 함께 양수까지 터지자 션은 그들의 조산사로 예정되어 있었던 바버라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하필 그녀는 다른 산모의 분만을 돕고 있는 상황이라 그녀를 대신할 다른 조산사인 에바를 보냅니다.
괴로운 진통 속에서도 에바의 도움을 받으며 출산을 무사히 마치는가 싶었지만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온지 몇분도 안되서 사망하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는데요.
행복해야 할 순간이 조산사의 실수로 인하여 한순간에 바로 눈앞에서 커다란 악몽으로 뒤바뀌어버린 충격에 마사는 깊은 우울감 속에서 미소를 잃은채 무표정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본인 또한 고통스러운 션이 깊은 우울감에 빠진 마사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자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것은 '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예민한 반응과 막무가내인 행동이라 션도 점점 지쳐가는데요.
아이를 잃은 심각한 트라우마로 조각난 정신 상태 때문에 비극적인 사건을 회피하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마사의 모습과 그런 그녀의 모습으로 그녀와 그녀의 주변 사람들 사이의 관계마저 조각날 듯 하는 6개월 간의 상황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이를 눈앞에서 잃는 상황은 보는 이들마저 마음 아프게 할만큼 당사자들에게는 말로 그 정도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도 큰 고통인데요.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무너지게 하는 비극이 주는 고통이 화목했던 부부관계와 가족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영화는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사건을 잊고 싶어도 자꾸만 그녀의 시선에 들어오는 화목한 가정 속 아이의 모습과 비극적인 사건의 피해자인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라도 사건으로부터 회피하고 싶어하는 마사의 모습은 다소 막무가내지만 그 행동의 이유가 충분히 납득갈 정도였는데요.
그 모습에 마사 역의 바네사 커비의 명연기가 더해져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유를 더 납득시킴과 동시에 그녀가 혼자서 영화를 이끌고 가는 느낌을 물씬 풍겼습니다.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종일 무표정한 얼굴에 무덤덤한 태도로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영화 상영 내내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차가움을 선보이다가도
가족들이 사건이나 아이에 대한 얘기만 꺼내면 예민하게 광적으로 돌변하는 그녀의 연기는 나타나는 장면마다 선사하던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확 바꿨을 정도였네요.
그런 마사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션 역의 샤이아 라보프도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지쳐서 점점 그마저도 무너지는 모습을 잘 표현해냈지만 그보다도 더 눈길이 갔던건 마사의 엄마 엘리자베스 역의 엘렌 버스틴의 연기였습니다.
사건을 계기로 사위인 션을 부와 지위의 차이로 못마땅해 하며 어떻게든 딸과 떨어뜨리려는 모습에다가 딸의 고통은 잘 보듬어 보지 않은채 그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쓰며 조산사에 대한 판결을 더 중요시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보는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내었고 무엇보다도 딸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며 절실한 태도로 설득하는 롱테이크 신에서의 그녀의 연기력은 정말 압권이었네요.
이외에도 영화 시작 7분만에 펼쳐지는 마사의 출산과정에 대한 24분 가량의 롱테이크 신도 장면에 나오는 세 배우들의 호흡과 연기력으로 현실감을 잘 살려내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영화를 보는 누구나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 인정할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
개인적으로 후반부가 좀 아쉬웠지만 사후 우울증에 사로잡힌 여자와 그녀를 보는 사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해낸 스토리도 나름 괜찮았고요.
비극적인 상황을 다룬 만큼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에 의한 엄청난 몰입감으로 한순간의 비극이 주는 고통의 비참함과 그 비참함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비판을 여지없이 잘 드러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였습니다.
바네사 커비가 왜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는지 충분히 납득되고 엘렌 버스틴의 여우조연상 노미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였네요.
재작년에 공개되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와 살짝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니 [결혼 이야기]를 만족스럽게 보셨다면 한번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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